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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서점 '문화 아지트'로 거듭나다.(동아일보)
언론에서 본 글터 | 2006/10/24 11:56   by 글터
기사출처: 동네서점 '문화 아지트'로 거듭나다



충주의 서점 ‘책이 있는 글터’ 한쪽에 마련된 차 마시는 공간. 맞은편엔 책 읽는 테이블이, 지하엔 음악감상실과 전시공간이 마련돼 있다. 충주=김희경 기자
《충북 충주시에서 농사를 짓는 박종호(37) 씨는 3년째 매주 한 차례씩 이웃 주민 10여 명과 함께 음악을 듣는 모임을 꾸려 가고 있다. 주로 재즈를 듣지만 14일에는 사카모토 류이치(坂本龍一·54) 등 일본 뉴에이지 작곡가들의 음악을 들었다. 박 씨의 음악감상회가 열리는 곳은 엉뚱하게도 서점이다.》

충주시 금릉동의 서점 ‘책이 있는 글터’(글터) 지하 매장에는 방음벽과 이중문, 진공관 오디오를 갖춘 음악감상실이 갖춰져 있다. 이곳에선 박 씨의 음악감상회뿐 아니라 종교음악 듣기 모임, 동화 읽는 교사 모임, 주부들의 독서토론 모임이 자발적으로 열린다.

“소도시에서 문화적 갈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죠.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인터넷 서점이 아무리 싸도 일부러 여기에 와서 책을 삽니다. 이런 공간이 사라지면 안 되거든요.”

동네 서점이 지역의 문화 아지트로 거듭나고 있다.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동네 서점은 10년 전 5000여 개에서 지난해엔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고사 위기에 처한 현실에서, 그러나 일부 서점은 비명을 지르는 대신 복합문화공간으로, 책의 향기가 넘치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글터엔 음악감상실뿐 아니라 고객이 직접 차를 끓여 마시는 공간, 상설 전시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시공간에선 동네 미술학원 아이들이 만든 로봇 30여 점을 전시하는 ‘헬로! 마이 로봇 전’이 열리고 있다.

다음 달엔 아이들이 고구마를 직접 심고, 그림책 ‘할머니 농사일기’를 그린 화가 이제호 씨와 함께 나무 세밀화를 그리는 행사가 계획되어 있다. 이 행사를 위해 글터의 이연호(43) 사장은 사비로 300평짜리 밭을 1년간 임차했다.

이 사장은 “독자와 책이 변했는데 서점만 변하지 않았다. 이젠 서점이 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책 무료 배달도 해준다. “자장면도 배달하는데 책인들 왜 못하랴. 배달도 서점이 독자와 대화하는 통로”라는 생각에서다.

글터와 뜻을 같이하는 전국 중소 서점 4곳은 지난해 여름 ‘문화를 만들어 가는 서점연대’를 만들었다. 서울 은평구의 불광문고, 강원 춘천시의 광장서적, 경남 진주시의 진주문고가 ‘서점연대’에 참여해 문화행사를 공동으로 기획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이철수 판화 전시회’를 공동으로 열었고 22일 춘천시 남이섬에서 개최되는 ‘세계 책나라 축제’에는 별도의 부스를 만들어 그림책과 생명 관련 책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또 ‘표지가 노란 봄 책’ ‘화장실에서 보기 좋은 책’ 등 주제별로 책을 진열해 독자에게 재미있게 다가가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들 말고도 지역에서 문화 아지트로 자리 매김한 서점은 한둘이 아니다. 지금까지 18회에 걸쳐 인문학 분야의 저명한 저자 초청 토론회를 여는 등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전용 서점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인디고 서원’, 어린이책 전문서점인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의 ‘동화나라’, 대학로 유일의 서점이자 문화사랑방인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이음아트’ 등이 있다.

‘서점연대’ 대표이자 불광문고를 운영하는 최낙범(46) 사장은 “서점은 물건을 쌓아 놓고 파는 슈퍼마켓과 달라야 한다. 동네 서점의 활로는 젖은 낙엽처럼 지역에 밀착한 문화의 중심이 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동네 서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서 이들도 자유롭진 못하다. 인터넷 서점의 할인경쟁으로 큰 타격을 받는 가운데 서적도매상, 출판사가 동네 서점과 거래를 중단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글터의 이 사장은 “(우리는) 충주에서 가장 큰 서점인데도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통보해 온 출판사가 몇 군데 있다”며 “출판문화를 장기적으로 발전시켜 가려면 출판사들도 지역의 거점 서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충주=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태그 : 동아일보,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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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서점인에게 거는 과도한 기대
서점이야기 | 2006/10/24 11:50   by 글터
서점이야기를 해야겠다. 조금은 과도한 기대가 아니냐는 핀잔을 듣더라도 서점과 서점인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많은 이들이 공감하듯이 위기상황이 분명하니 말이다.

지난 1일 고속철의 개통으로 우리는 또 다른 속도를 경험한다. 에둘러 돌아가는 일없이 직선으로 반듯하게 난 철길은 엄청난 속도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른다. 흥분한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당일치기" 부산여행이 가능해지고, 권역별고 자르고 갈려진 철도 역사를 중심으론 사회. 경제. 문화의 패러다임이 변화할 것이라고 떠들썩하다. 고속철 시대의 진입으로 인해 온 나라가 풍요로워지고,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목소리 요란스럽다. 

분명히 문명의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자연의 속도는 어떠한가. 제주도에서 시작한 우리나라 봄의 속도는 언제나 24-25km를 유지하고 있다. 시속 900여 미터인 이 속도는 아장아장 걷는 어린 아이의 걸음과 같은 속도라 한다. 하지만 이 느릿한 속도는 어느 것 하나 가르거나 편애하지 않고, 지난 겨울 잔설이 여전히 남은 계곡을 만나면 속도를 조금더 늦추기도 할 줄 안다. 아지랑이 뽀얗게 이는 들판을 건널 때면, 성큼 큰 걸음을 내딛기도 한다. 그 꼼꼼하고 촘촘한 걸음은 어느 한 곳 소홀히 거르지 않는 미덕을 지녔다. 그 다양한 모습 또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닿는 나무마다 그 모양새가 다르며, 스치는 꽃봉오리 마다 그 빛깔이 다르다. 겨우내 씨앗이 간직했던 생명의 비의와 만나면서 다양한 새 생명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문화란 그런 것이어야 한다. 물질의 속도가 아니라. 생명의 속도이어야 한다. 단절과 가름의 속도가 아니라 관계와 조화의 속도이어야 한다. 편중과 독점의 속도가 아닌 나눔과 상생의 속도이어야 한다. 획일화 된 폭압이 아니라 다양한 공생이어야 한다.

도대체 무슨 서점이야기를 하고 싶기에 이런 거창한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물론 이런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개인적인 다짐과 자세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문명의 속도를 제어하고 자연의 속도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것은 개개인의 생활과 실천이라고 믿기에 간디가 말한 "당신이 사회를 바꾸고 싶다면 당신 자신을 바꿔야 한다"는 말에 나는 주저 없이 동의한다. 그리고 문화의 생산자이자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향유자로서 개개인이 가져야 할 소중한 덕목의 하나로 나는 "자발적 소박함"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자발적 소박함"을 확산하는 일에 서점의 진정한 사회적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화가이며 작가이자 교육자인 존 레인은 자발적인 소박함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편안하지만 호사스럽지 않은 삶, 소박하지만 쪼들리지 않는 생활, 단아하지만 따분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기 위한 길이다. 그것은 삶과 일, 일상과 예술 사이의 전문가적인 분할을 버리는 것이다.<언제니 소박하게>(샨티.2003)"

서점은 사람들에게 소비로부터 만족을 얻기보다는 독서를 통해 보다 여유 있는 생활태도를 유지함으로써 호사스럽지 않도록, 정신적 풍요를 통해서 소박하지만 쪼들리지 않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적 접점을 제시함으로써 단아하지만 따분하지 않는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서점은 시류나 베스트셀러에 휩쓸리지 말고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책들을 소개하고 전시하여야 한다. 이 다양함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요소이다. 또한 "삶과 일, 일상과 예술 사이의 전문가적인 분할을 버리기 위해" 다양한 문화적 행위들을 끊임없이 이어가야 한다. 책은 저자의 손에서 완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전해주는 서점의 역할을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받으며, 해석하는 독자를 통해서 또한 새 생명이 주어진다. 따라서 책을 매개로 한 다양한 문화적 행위는 문화주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이며, 그 속에서 단절된 주체들의 관계는 회복되어질 수 있다.

책이 단순한 정보전달의 것이라면, 출판사와 서점의 역할은 극도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책은 그 이상의 것이다. 활자화된 텍스트 이외의 여백을 통해서 풍부한 창조적 상상력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점의 자리가 그것을 제공하는 것일 때 서점은 단순한 경제활동의 단위가 아니라 생활문화의 일부이며, 건강한 사유 방식의 하나가 되는 것이다. 

다소 과도하게 자기합리화를 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앞으로 보다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서 서점의 사회적 역할을 찾는다면 그리 허황된 것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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